고령화 시대에 치매는 날로 보편화하는데, 치매와 더불어 살아가기엔 여전히 비용이 부담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65살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약 70만명)이 치매환자였다.
2024년엔 100만명을 넘기고, 2060년엔 33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치매환자 1명당 필요한 의료비와 간병비는 연간 2074만원으로, 소득 없는 노인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두려움을 반영하듯 올해 초부터 보장 범위가 넓어진 치매보험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보험업계는 모처럼 ‘새 먹거리’를 찾았다며 반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감독원이 “치매 진단과 관련해 불분명한 보험약관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열풍만큼이나 말 많은 치매보험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살펴봤다.
‘경증 치매’ 진단에도 수천만원 진단비를 지급하는 상품이 나오면서 치매보험은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기존엔 중증 치매 진단을 받아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던 것과 견주면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2017년 기준 전체 치매환자 가운데 중증은 15%에 불과하고, 경증(경도·중등도)환자는 67%에 이른다.
특약 등으로 보험료가 조금 더 들더라도 경증 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보험료는 월 5만~9만원선이다.
대부분의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치매보험을 팔고 있는데, 생보사는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진단비보다 오랫동안 주는 ‘간병비’를 더 보장하는 편이다.
교보생명의 ‘교보가족든든치매보험’은 40살 남성이 90살 만기를 기준으로 보험료 월 5만5500원(일반형)을 내고 경도 치매 진단을 받으면 300만원, 중등도 치매를 진단받으면 1천만원을 진단보험금으로 받는다.
중증 치매는 진단보험금 2천만원과 함께 매월 생활자금 100만원을 평생 받게 된다. 또 교보치매보험 가입자에게는 치매 정도에 따라 간호사 병원 동반, 차량 에스코트, 병원 이송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생명의 ‘종합간병보험 행복한 동행’은 장기요양과 치매를 동시에 보장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치매 외에도 뇌졸중이나 관절염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장기요양 상태에 대한 간병도 가능하도록 했다.
장기요양 3~4등급과 경증·중등도 치매까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특약에 담아 보장 범위를 넓혔다.
손보사는 상대적으로 가입이 간편한 데다 ‘통 큰 진단비’로 화제를 모았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간편한 치매간병보험’은 초기에 경증 치매 진단을 받아도 3천만원을 지급한다고 특판을 내걸면서 입소문을 크게 탔다.
케이비(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경증 치매 진단에 2천만원을 지급한다.
케이비손보는 중증도 치매로 진행되면 3천만원을 더 지급해, 최대 5천만원을 받게 설계돼 있다.
금융당국이 “중복가입 한도도 없이 경증 치매 진단만으로 거액의 진단비를 제공하면 보험사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보험사에 공문을 보내자, 지금은 메리츠 단독으로는 최대 1천만원, 다른 보험사 치매보험 상품까지 합쳐도 최대 2천만원으로 가입 한도를 규정하고 있다.
치매보험을 고를 때 공통으로 80살 이후에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더라도 정작 만기가 짧으면 그 이후에 치매에 걸리더라도 보장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보험 만기는 75·80·85살부터 100살 등으로 촘촘히 나뉘어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
보장 범위와는 별개로, 치매보험을 가입할 때 대리청구인 지정도 고려해야 한다.
치매 진단을 받은 본인이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가입할 때 미리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는 것이다.
보험 가입자와 동거하나 생계를 함께 하는 배우자나 3촌 이내 친족을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치매보험은 저축성 보험이 아니라 보장성 보험이다.
치매보험은 중도 해약을 할 상황이 올 수 있을 정도로 노후 자금이 부족한데 가입하면 오히려 손실이 크다.
특히 치매보험은 보험료를 20~30% 낮추는 대신에 해약해도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는 ‘무해지형’에 가입한다면 끝까지 보험을 유지할 거라고 미리 생각해두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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