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을 10만엔, 한화로 약 104만원에 샀습니다." 최근 일본 인터넷에 이런 제목의 영상과 글들이 적잖이 올라온다. 고령자들이 살다가 떠났음직한 지방의 수십년 된 낡은 집들이 10만엔, 20만엔에 거래된다.
가사도구가 그대로 남아있는 집들도 적지 않다. 집을 샀다는 구매자는 "보물찾기"에 나선 것이다. 빈 집을 탐험하며 상태를 살피고, 혹시라도 남아 있을 골동품, 귀중품을 찾아본다.
이를 테면 100년 된 집에서 강아지 밥그릇이 진귀한 골동품이었다는 식의 기대 때문이다.
일본 노인들은 현금을 선호하고 이들 자신만 잘 아는 곳에 숨겨두는 일이 적지 않다.
은행에 맡겨도 이자가 적은데다, 고령자들 특성상 자신의 손이 닿는 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다가 치매라도 오면 재산의 존재를 잊고 방치하게 된다.
노인이 살던 안방 바닥을 뜯었더니 현금다발이 나왔다거나, 집을 철거하다가 벽에서 금붙이가 나왔다는 뉴스가 자주 들리곤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보는 현실 보물찾기는 옛날 종이돈 몇장이나 쓰레기더미에 섞인 동전에서 마무리를 본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18년 보고서를 보면,일본 전국의 빈집은 846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13%를 넘는다. 2033년이면 빈집이 전체의 30%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빈집이 늘면 집값만 떨어지는게 아니다. 치안이 악화되고,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에만 81만여 채의 빈집이 있고, 그 가운데70%가 지방 도심에 있었다.
팔리지도 않고 버릴 수도 없고, 그래서 일본에서 부동산은 재산이라는 미명을 벗고 있다.
휴양지나 별장지역은 돈을 얹어주며 처분하는 경우가 늘었다. 주택이나 토지를 공짜로 준다 해도 싫다고 손사래 치는 사람들에게 "돈 드릴테니 가져가주세요"라고 매달리는 시장도 있다.
일본 지방에서 부동산은 이미 부동산이 아닌 "부채동산"이 됐다.
하지만 토지도 주택도 제도상 버릴 수 없는 복잡한 상속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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