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은 많이 쓰이는 수면마취제다.
수면내시경 시술 때 주로 주사하는 마취약이 바로 프로포폴이다.
이 약의 특징은 마취가 빠르고 마취에서 회복되는 시간도 짧다는 점이다.
프로포폴로 마취하면 보통 2~8분 만에 깰 수 있다.
또 프로포폴은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모두 빠져 나와 몸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다른 마취제를 사용할 때처럼 구역질을 일으키지 않는다.
프로포폴을 맞으면 뇌 기능이 억제된다.
프로포폴이 뇌에서 ‘잠을 자라’는 신호를 주는 물질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도 마비돼 도파민이 뿜어져 나온다.
도파민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질로 중독의 원인이다.
이때 나오는 도파민 양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을 맞았을 때보다 많다는 보고가 있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몸 안에서 빨리 사라지기 때문에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많다고 해서 마약처럼 중독되지는 않는다.
또 프로포폴로 마취돼 잠이 든 경우에는 도파민이 주는 ‘도취감(euphoria)’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내시경이나 성형수술을 받을 때 프로포폴에 중독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 도취감을 느끼려고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양을 줄여 맞는 것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프로포폴을 쓰다 보면 결국 중독되고 만다.
프로포폴 중독자에 대한 연구는 1992년 미국 마취과학지에 최초로 실렸다.
이후 학계에 보고되는 남용사례는 꾸준히 늘어났다.
환각제로 프로포폴을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한 마취과 의사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의사용 편람에 프로포폴의 중독성에 대한 보고가 없다.
또 프로포폴이 체내에서 작용하는 시간이 짧아 부작용이 없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프로포폴을 사용할 때 관리와 감독을 받지 않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은 처음엔 조금씩 맞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양을 점차 늘여나가고, 나중에는 끊고 싶어도 강력한 충동과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특징인 ‘강박, 갈망(compulsion, craving)’의 전형이다.
그런데 왜 프로포폴을 남용하다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일까.
프로포폴이 ‘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쓰던 수면마취제인 치오펜탈도 프로포폴처럼 무호흡증을 일으키는데, 빈도는 25~35%로 비슷하지만 무호흡이 지속되는 시간은 프로포폴이 더 길다.
게다가 투여기간, 용량, 속도 및 함께 사용한 약 등에 따라 무호흡의 빈도가 더 높아진다.
프로포폴은 호흡을 억제하기 때문에 마취를 할 경우에도 의사는 환자가 호흡을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도록 돼 있다.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 산소, 기도유지에 필요한 장비, 응급약은 필수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사용할 경우에는 안전하지만 남용자나 중독자들은 주로 프로포폴을 몰래 혼자 맞기 때문에 갑작스런 무호흡증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프로포폴이 의존성을 일으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마취 용량 이하로 투여했을 때 의존성을 보인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에서 2009년에 프로포폴을 통제물질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마약류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프로포폴 관리시스템은 향후 이 약물의 남용자를 막기 위한 좋은 방법이며 프로포폴 중독자 발생을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새로운 프로포폴 의존성 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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